전쟁, 유가 급등, 프랑스 재정위기... 전세계가 불안한데 금값은 왜 떨어지는 거야? (feat. 안전자산의 역설)

상승하는 금리 화살표와 유가 배럴 쪽으로 기울어지는 시소 위에 놓인 금괴

중동에서 이어지는 전쟁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계속되고 있고, 프랑스 국채 시장에도 재정 불안 신호가 나타났어. 프랑스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월 21일 장중 5%대까지 올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

이렇게 불안한 뉴스가 이어지면 돈이 금으로 몰리는 게 당연해 보이잖아.

그런데 금은 반대로 움직였어. 10월 23일 금 현물은 장중 온스당 4,000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장중 저점은 3,975달러였어. 그날 종가는 3,996달러였지. 한 주 동안 가격이 약 4% 하락한 거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돼.

전쟁과 재정 불안이 지속되는데 왜 금값은 떨어지는 거야!

✦ 금 현물 XAU/USD 일별 종가

2026-10-12~2026-10-23, GoldPrice.com 일별 종가 (단위: 달러/온스)

3,9964,0844,1724,000달러 하회10/1210/1610/23
10월 23일 종가는 3,996달러로 4,000달러 아래로 내려갔어.

10월 12일부터 23일까지 금 현물의 일별 종가 흐름을 보면 하락추세가 확연하게 드러나.

금값을 움직인 건 전쟁 자체보다 그 여파였어

금은 오랫동안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졌어. 특정 기업의 실적이나 특정한 정부의 지급 능력에 직접 기대지 않기 때문이지.

물론 위기가 생길 때마다 가격이 올랐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주식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금'이라는 건 '주식이 폭락하거나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내 자산도 함께 폭락하지 않도록 보호해줄 안전자산'이라는 게 상식이었지.

그런데 왜 이번에는 불안한 정세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오히려 하락추세인 걸까?

✦ 유가 상승이 금리 전망까지 이어지는 경로

전쟁 뉴스가 물가와 금리 전망에 영향을 줬어

경로
후티 공격 소식→공급 차질 우려→브렌트유 116.72달러→물가 상승 우려→12월 금리 인상 가능성 78%

우선 전쟁 관련 뉴스가 원유 공급 우려를 키우면서 물가와 금리 전망에 영향을 줬어.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급 차질 가능성이 부각됐고, 브렌트유는 10월 23일 배럴당 116.72달러에 거래를 마쳤어.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와 제조 원가가 높아져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리게 돼.

미국 물가도 불안했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6%, 1년 전보다 3.7% 상승했어. 특히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동안 9.1% 올라 월간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

물론 이 수치는 9월 통계라서 10월 유가 급등의 결과는 아니야. 다만 물가 압력이 이미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뛰자, 인플레이션이 더 강해질 거라는 걱정이 커진 거야.

10월 27~28일 연방준비제도 회의를 앞두고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을 대체로 예상하고 있지만, 10월 23일 기준 금리선물에 반영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78%나 돼.

유가 상승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방향을 검토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어

✦ 금과 이자 자산, 뭐가 달라

금은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아

금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아. 실물로 가지면 보관 비용까지 들어.
단기 국채·현금성 자산
금리가 높을수록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금 보유의 기회비용
높은 이자 수익을 계속 포기해야 하는 거야.

금 자체는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아. 반면 단기 국채나 현금성 자산은 금리가 높을수록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되면, 투자자는 금을 보유하기 위해서 높은 이자 수익을 계속 포기해야 해.

금 투자에 따르는 기회비용이지.

이런 상황에서는 전쟁이 금 매수 이유가 되는 동시에 금 매도 이유가 되는 거야. 지정학적 불안이 금을 찾게 만드는 건 맞아. 하지만 그 불안이 유가와 물가를 끌어올려 금리 인하를 늦출 거라는 전망으로 이어지면 반대 압력이 생기는 거야.

시장은 ‘세상이 위험한가’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위험이 금리와 달러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함께 가격에 반영해.

물론 이번 하락을 금리 하나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해. 금값이 급락한 10월 22일에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히려 크게 낮아졌다는 보도도 나왔으니까.

하지만 전세계적인 정세 불안에도 불구하고 금값이 힘을 못쓰는 데에는 분명히 금리의 영향이 있어.

은행에만 편안하게 돈을 넣어둬도 이자를 받는데(심지어 프랑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조차 5%대인데), 금 투자자들은 이자는 한 푼도 못 받고 오히려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으니 말이야.

만약 실물 금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보관에 따르는 추가비용까지 지불하고 있겠지.

〈금리 인상기에 금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리한 영상이야〉
* Bloomberg News 공식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야.

주식이 급락하면 금을 팔아 현금을 만들 수 있어

✦ 현금이 필요하면 금부터 팔리기도 해

증거금 부담이 강제 매도를 불렀어

과정
기술주 매도세→보유 자산 가치 하락→증권사의 추가 담보 요구→현금 마련 위해 금까지 처분

최근 기술주 매도세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증거금 부담이 강제 매도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왔어.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의 보유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 증권사는 추가 담보를 요구해.

당장 현금이 필요해진 투자자는 손실 난 주식만 파는 게 아니라, 비교적 쉽게 팔 수 있는 금이나 다른 자산까지 처분할 수 있지.

그래서 시장이 흔들릴 때는 ‘위험을 피하려고 금을 산다’는 흐름과 ‘현금을 마련하려고 금을 판다’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게 돼. 금이 안전자산이라고 해도 급전이 필요한 투자자에게는 가장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니까.

✦ 9월 금 투자 흐름은 엇갈렸어

ETF와 선물 포지션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어

구분9월 흐름
금 ETF약 100억 달러 순유입
COMEX 선물 포지션순매수 가치 약 120억 달러 감소
9월 금값8.5% 하락

9월에도 금에 대한 투자흐름은 엇갈렸어. 세계금협회 집계에 따르면 금값이 9월에 8.5% 하락했는데도 전 세계 금 ETF에는 약 100억 달러가 순유입됐어.

반면 미국 COMEX 선물시장에서 운용사들의 순매수 포지션 가치는 약 120억 달러 줄었지. 장기 투자 성격의 ETF 자금과 단기 매매가 활발한 선물 포지션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거야.

뉴스에서 "금 ETF로 돈이 왕창 들어왔다!"라는 보도를 보고 "지금 금을 사면 수익을 내겠네?"라고 생각해서 냉큼 매수했다간 금 선물시장에서의 단기매도에 밀려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거지.

프랑스의 불안이 반드시 금값을 끌어올리지는 않아

✦ 프랑스 국채, 숫자로 봐

재정 위험 프리미엄이 커졌다는 신호야

프랑스 10년물 금리
10월 21일 장중 5.002%, 2002년 이후 최고.
독일과의 금리 차
약 157bp까지 벌어졌어.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가 10월 21일 장중 5.002%까지 오른 건 투자자들이 정부의 재정 건전화 능력과 예산 협상에 큰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야. 당시 프랑스와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차도 약 157bp까지 벌어졌어.

이러한 프랑스의 재정 불안이 금 매수 수요를 자극하는 건 분명해 보여. 하지만 금은 국제시장에서 주로 달러로 거래돼. 전 세계 투자자들이 여러 요인을 한꺼번에 반영해서 거래하는 자산이고.

따라서 특정 국가의 재정위기를 보고 "이제 곧 무슨 일이 터지겠네? 금을 매수하자!"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프랑스 채권금리가 올랐으니 차라리 금을 팔고 채권을 사자"라는 투자자가 더 많다면 금값은 떨어지게 되는 거야.

'위기=금값상승' 이라는 공식이 매번 맞지는 않는다는 거지.

최근에는 금값만이 아니라 은의 가격도 많이 하락했어. '안전자산에 투자하면 국제적으로 정세가 불안할 때 돈을 벌 거야!'라는 생각으로 금, 은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라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황당할 거야.

전쟁이 벌어지고 주요 국가의 재정위기가 발생하는데 오히려 미국 주식시장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금, 은 가격은 하락추세니까. 투자라는 게 참 어렵지?

〈금의 안전자산 공식이 바뀌고 있는지 짚어보는 영상이야〉
* Bloomberg Television 공식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야.

이건 투자조언은 아니야. 알고 있지? 내 소중한 돈은 스스로 지키자구.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칠게.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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